윤동주 - 편지

 

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


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


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


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


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


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


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


긴긴 세월 잠 못 이루는 밤이 오면


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


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

시인은 시인이다.

상남자의 패기가 느껴진다. 정성스레 장미꽃 한 송이를 사서 가져왔으면서 여인에게 내밀 때는 툭 던지면서 '오다 주웠다!!' 정도의 멘트만 날리는 느낌의 절제된 감정인데.....

그 속에 이렇게 부드러운 생크림같은 감정이 들었다는 것을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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